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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주일 대표기도문
자비로우시고 은혜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2025년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12월 넷째 주일, 송년 주일 예배 자리에 저희를 불러 모아 주시니 감사와 찬송을 올려 드립니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우리 숨결을 지켜 주시고, 한 해의 시작에서 오늘 이 날에 이르기까지 단 한 날도 주님의 손길 밖에 놓여 있지 않았음을 고백하며 머리 숙여 경배 올려 드립니다.
하나님 아버지,
2025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주셨던 시간들이 이제 한 장의 낡은 달력처럼 넘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내일이 있을 것처럼 말하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열두 달의 끝에 서 있는 오늘을 맞이했습니다.
흘러간 날들 속에서, 우리가 붙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것이 시간이요,
놓아 버렸다고 해도 하나님 안에서는 결코 낭비되지 않는 것이 또한 시간임을 이 계절에 다시 깨닫게 하여 주옵소서.
돌아보면, 감사의 제목들이 조용히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길 때가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예배당으로 걸어올 수 있었던 모든 순간이
사실은 지극히 세밀한 주님의 보살핌 위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송년의 문턱에서 더 깊이 깨닫게 하여 주옵소서.
그럼에도 주님,
우리는 때로 삶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투덜거렸고,
기도의 응답이 더디다고 해서 사랑의 손길마저 의심했습니다.
문제의 크기는 크게 보이고 은혜의 깊이는 얕게 느껴질 때,
우리는 현실만 응시한 채 보좌에 앉아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주님의 침묵처럼 느껴졌던 시간 속에서도,
사실은 우리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서두르지 않기 위해,
가장 선한 때를 준비하고 계셨던 하나님의 인내를 이제야 조금 깨닫습니다.
우리의 짧은 판단으로 주님의 시간을 재려고 했던 교만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주님,
철학자들은 시간을 ‘흐르는 강’에 비유하지만,
우리는 믿음 안에서 시간을 ‘하나님의 손바닥 위를 흘러가는 강’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붙들 수 있는 것은 강물이 아니라,
그 강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뜻뿐임을 고백합니다.
이제 우리가 떠나보내야 할 2025년의 기억들을
후회와 원망이 아니라 감사와 신뢰의 마음으로 정리하게 하여 주옵소서.
사랑의 하나님,
이 한 해 동안 웃음을 허락해 주셨던 날들을 기억합니다.
가족과 함께 밥을 나누며 웃던 순간,
성도들과 더불어 예배 후에 나눈 소소한 대화,
작은 친절 하나에 마음이 풀리던 시간들 모두가
주님이 주신 선물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또한 눈물 흘리며 버텨야 했던 밤들도 있었습니다.
병든 몸을 안고 기도하던 자리,
관계의 상처로 마음이 찢기듯 아팠던 시간,
미래가 보이지 않아 막막했던 그 순간조차도
주님 손에서 연단과 성숙의 시간이 되었음을 믿습니다.
주님,
우리의 실패와 실수, 흔들림과 넘어짐까지도
구속의 섭리 안에서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사람의 눈에는 실패처럼 보였던 일조차
주님 안에서는 다시 시작을 위한 골방이었음을 믿습니다.
2025년의 미완성, 미완료, 미해결의 자리들을
모두 주님의 손에 맡기오니,
우리가 그 위에 불필요한 자기책망의 돌을 더 얹지 않게 하시고,
“이 또한 하나님이 일하시는 과정이었다”는 고백으로
조용히 내려놓게 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이제 2026년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시간이 우리 앞을 향해 열리고 있습니다.
새해를 향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여 있습니다.
미지의 시간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손을,
이미 그 시간의 끝을 보고 계신 주님께서 붙들어 주옵소서.
우리가 내년을 향해 내딛는 첫 걸음이
막연한 자기 확신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 위에서 시작되게 하여 주옵소서.
새해를 계획할 때
성공의 목록만 길게 적어 내려가지 않게 하시고,
주님과 더 깊이 동행하기 위한 결단도 함께 새겨 넣게 하여 주옵소서.
더 많이 가지는 인생이 아니라
더 깊이 사랑하는 인생이 되게 하시고,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삶이 아니라
더 낮은 자리에서 섬길 줄 아는 삶을 소망하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
우리 교회가 새해에는
조금 더 따뜻한 공동체, 조금 더 진실한 예배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형식은 유지되지만 마음은 기이 멀어져 있는 예배자가 아니라,
비록 서툴고 부족해도
진심 어린 고백으로 주님을 찾는 성도들이 가득한 교회 되게 하여 주옵소서.
말보다 기도가 먼저이고,
판단보다 중보가 앞서는 공동체가 되게 하시고,
한 사람의 영혼을 향한 주님의 마음이
우리 안에서도 조금씩 자라나게 하여 주옵소서.
각 가정을 위해 기도합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경제적인 무게, 건강의 문제, 자녀와 부모의 문제로
수없이 한숨 쉬며 버텨 온 가정들을 기억해 주옵소서.
지나간 날들의 수고와 눈물을
주님께서 아신다는 사실이
올해의 마지막 주일에 위로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새해에는, 상황이 즉시 바뀌지 않더라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의 체온이
조금씩 더 따뜻해지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
이제 곧 한 해의 장을 덮고 새로운 날들을 펼쳐 들게 됩니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지난날의 미련이나 성과의 자랑이 아니라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 약속하신 주님의 말씀뿐임을 잊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2026년의 첫 새벽을 여실 분도 주님이시고,
내년 마지막 주일의 예배 자리까지 인도하실 분도
동일하신 주님이심을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송년의 예배가
종결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야기 속에 계속 이어지는 쉼표의 시간 되게 하여 주옵소서.
이제 말씀을 전하실 목사님께
성령의 기름을 충만히 부어 주시고,
2025년을 향한 하나님의 해석과
2026년을 향한 하나님의 초대를 우리 귀에 들려 주옵소서.
듣는 저희 모두에게는
과거를 바라보는 감사와
미래를 향한 소망,
오늘을 살아낼 용기를 함께 허락하여 주옵소서.
2025년의 처음과 마지막을 주관하셨고
다가올 2026년을 이미 우리 앞에서 준비하고 계신
변함없으신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